[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조선생존기'가 격변하는 시공간을 통해 '판타지'적인 요소를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현실감을 잃지 않고 현대의 '수저론'을 꼬집으며 성공적으로 첫 문을 열었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TV조선 주말드라마 '조선생존기'(극본 박민우·연출 장용우)는 가난하지만 단 한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는 2019년의 청춘 한정록과 사람대접 못 받는 천출이자 애초에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는 1562년의 청춘 임꺽정이 만나 펼치는 유쾌한 활극이다.
타임슬립물을 내세운 '조선생존기'는 극 초반 조선시대에 머물고 있는 한정록(강지환)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정록은 임꺽정(송원석)과 깊은 산속에서 관군들과 전투하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이어 이들은 위기에 처하며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가까스로 벗어나 목숨을 건졌다. 목숨을 부지한 임꺽정에게 한정록의 동생 한슬기(박세완)는 "이 곳에 있다간 꺽정이 죽는다고 말 좀 해달라"라며 임꺽정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담겼다. 미래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대사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곧 '470년 후'라는 문구와 함께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양궁 선수를 뽑는 현대로 돌아왔다.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판타지 극의 전초전을 알렸다.
현대에서 한정록은 양궁선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전도유망한 양궁 선수로 국가대표까지 발탁된 그의 모습은 행복함이 넘쳐보였다. 앞서 급박했던 조선시대의 모습과는 달리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한정록은 정가익(이재윤)의 악행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것은 물론 금메달이 걸려있던 올림픽에서도 2점을 쏘는 실수를 하고 말았기 때문. 이후로 곤두박칠치는 한정록과 그의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가운데 한정록의 자기연민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버지의 사고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분개해하면서도 앞으로 희망이 없어보이는 자신의 생활에 의사인 연인 이혜진(경수진)에게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때 "금메달은 우리 사이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혜진에게 한정록은 "그게 네가 있는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 담겼다.
과거 조선시대와 같이 신분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에도 보이지 않는 신분제가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흔히 '수저론'이라고 불리는 현 세태를 꼬집었다. 이어 '금수저'들의 세상이 아닌 팍팍한 현실에서 사는 평범한 인물의 삶을 그려냈다. 양궁 선수를 관둔 후 시간이 흘러 2019년까지 흘러온 한정록은 택배 기사로 생활하고 있었다.
고된 노동강도로 정평이 난 택배 기사 일을 하면서도 한정록의 삶을 더욱 빠듯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무례함이었다. 이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장면들로 구성해 현실성을 높였다. 택배를 배달하러 온 한정록에게 한 고객은 "가는 길에 쓰레기 좀 버려달라"며 황당한 요구를 했기 때문. 이외에도 이혜진의 프로포즈가 열리는 대형 빌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고층의 엘리베이터는 VIP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한정록은 땀을 흘리며 택배 상자를 들고 올라섰고 그곳에서 화려하고 깔끔하게 옷을 입은 이들, 그리고 전 연인과 마주해야 했다. 정가익이 한정록의 주머니에 택배 값을 꽂아주며 "잔돈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모습은 불쾌하면서도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커다란 엘리베이터 안에서 드레스를 입은 이혜진과 땀이 범벅된 채 서 있는 한정록의 모습은 묘하게 '짠내'가 나면서도 현실적인 면을 드러냈다.
태생부터 금수저였던 이혜진은 여유롭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데 비해 한정록은 일상에 찌들어 살고 있었기 때문. 이는 과거 백정의 신분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했던 임꺽정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묘하게 비슷한 상황을 그려 유사성을 드러내면서도 현실의 녹록치 않음을 그려냈다.
현 세태를 꼬집는 부분은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한슬기는 공부를 잘 하는 우등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그렇다. 한정록은 "학교는 마쳐야 한다. 원하는 대학을 가고 하면 대기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한슬기는 "대기업에 들어가면 뭐가 되느냐,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우리는 이 바닥에서 못 벗어난다"고 못박는다. 결국 을은 갑이 되지 못하고 을로서 잔존한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조선생존기'는 판타지극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흥미만을 따라가지는 않았다. 현대의 인물과 과거의 인물이 상통하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조선생존기'가 집중하는 부분은 시대가 달라졌어도 여전히 '타고나는 신분제'가 어느정도는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장용우 감독은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장르라고 이야기 될 만큼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소재다. 어떻게 달리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우리 드라마는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는 건 힘들고 비슷한 사람들이 나온다는 점,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흔한 소재이지만 작품이 주는 메세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가운데 '조선생존기'가 시공간을 이동하는 타임슬립 판타지극인만큼 시공간의 이동 시 CG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판타지 극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증폭된다. 허술한 CG는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후 전개될 내용에서도 '조선생존기'가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즉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세지를 놓치지 않느냐는 점이다. '조선생존기'가 보여줄 내용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조선 '조선생존기',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