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증명한 ‘녹두꽃’의 결기와 무게 [TV공감]
2019. 04.27(토) 16:06
녹두꽃 한예리 윤시윤 조정석 최무성 박혁권 김상호 최원영 황영희 백은혜 서영희 정선철 민성욱 안길강 노행하 병헌 정규수 박지환 김정호 첫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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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야심찬 사극으로 출발한 '녹두꽃' 첫 방송 시청률이 고공행진하며 순풍의 돛을 달았다. 비단 시청률뿐일까. 박경리의 '토지'를 연상케 할 만큼 문학성을 담보한 역사의 한 장이 극적으로 전개되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달했다.

지난 26일 밤 첫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 1, 2회 시청률이 수도권 기준 10.1%와 13.2%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날 첫 방송은 동학농민운동이라는 거대한 근대사의 신호탄을 쐈다.

동학농민운동은 조선 고종 31년(1894)에 동학교도 전봉준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반봉건·반외세 운동이다. 1894년 3월에 제1차 봉기로 고부(백산) 봉기(제1차)가 일어났고, 9월에는 2차로 전주·광주 궐기(제2차)가 발생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먹으며 사적 이익을 취하기 바쁜 벼슬아치들, 그에 따른 가렴주구 분위기가 어둔 영상미 속에서 서늘하게 묘사됐다. 가렴주구 일원 중 하나인 이방 백가(박혁권)는 집안의 하녀로부터 첫 아들 백이강(조정석)을 얻었다. 이강을 장자로 대접하던 백가는 이윽고 정실부인으로부터 둘째 아들 백이현(윤시윤)을 얻게 되자 이강을 찬밥 취급한다. 이강은 결국 천출 어머니 탓에 아버지에게 개 취급을 받으며, 백성들을 가렴주구하는데 동참하는 처지였다.

반면 이현은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난 만큼 냉철하고 예민한 엘리트로 자라났다. 잇속 챙기기에 바쁜 아버지 백가에게 환멸을 느끼게 된 그는 조선에 문명의 등불을 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는 당시 타락한 윗선들의 사치놀음에 고통 받는 사람들, 결국 봉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저잣거리의 흉흉한 민심을 세심한 연출력으로 묘사했다. 가령 저잣거리에서 백성들을 괴롭히는 이강은 언제나 '알맹이'를 잃은 듯한 눈빛으로 삶을 견뎌내는 태세였다. 또한 자신 탓에 기를 못 펴고 산 형에게 가책을 느낀 이현의 눈물은 파토스(전율)를 유발하는 첫 극본의 백미였다.

이 같은 이복형제의 삶은 이들 잘못이 아니었다. 당대의 잘못된 시대상이 야기한 울분의 결과론이었다. 이처럼 세상의 정해진 잣대 속에서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복형제의 삶이 극적 대비되며, 동학농민운동 팩션사극의 탄탄한 시작점이 완성됐다.

'녹두꽃'의 제재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의 비범한 캐릭터성도 인상적으로 클로즈업됐다. 머리를 틀어올린 채 허허실실한 듯 보이지만, 언제나 세상의 곳곳에서 약자의 편이 돼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그는 가히 영웅의 그릇 그 자체였다. 전봉준은 최무성이라는 내공 있는 배우의 연기력에 말미암아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전봉준, 백이강, 백이현까지 뚜렷한 캐릭터들의 향연 덕분에 '녹두꽃'의 최고 시청률 14.4%는 방송 말미 폭발했다. 늘 아버지의 개처럼 살던 이강이 횃불을 들고 민란의 신호탄을 쏜 전봉준을 목격한 장면이었다. 이강의 울분이 전봉준의 정의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지, 이에 따른 복선이 첫 방송을 장식한 셈이다.

전작 '열혈사제'는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견인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날 '녹두꽃' 역시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한 편이다. 단순히 '열혈사제'의 전작 화제성을 잇는 일일뿐 아니라, 역사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 덕이다.

지금껏 다수의 성공한 사극들이 무소불위의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는 영웅들과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녹두꽃' 역시 평범한 인간이 자신의 삶에 울분과 비탄을 느끼며 변모해가는 과정, 자신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과 연대해가는 과정을 그릴 초석을 다졌다.

전봉준의 시대를 사는 두 형제 백이강과 백이현은 어떻게 성장해가며 세상을 변화시킬까. 또한 그들을 돕는 철의 여인 송자인(한예리) 등 걸출한 인물들은 이들에게 어떤 조력을 건넬까. 결기 어린 사극 '녹두꽃'이 또 한 번 브라운관을 홀릴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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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녹두꽃'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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