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마블의 대표적 히어로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이 많은 사랑을 받는 까닭은, 부여받은 능력을 신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히어로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즉, 초인적인 힘을 지극히 인간적으로 다루는 부분이 사람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했다 할까.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연출 김병수, 극본 양진아)의 강점도 동일한 곳엔 놓인다.

‘사이코메트리’, 그리스어의 ‘psyche(혼)’과 ‘metron(측정)’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미국의 과학자 부케넌에 따르면 특정한 인물의 소유물을 만진 뒤 그 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읽어 내는 행위와 능력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보통 남성의 10명 중 1명이, 여성의 4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을지 모를 능력이라는 것.

이전에 존재했던 인간의 기억이 냄새처럼 주위의 사물에 남는다는 초심리학적 가설을 기반으로 한 투시의 일종으로, 영국과 미국에서는 실험의 일환으로써 범죄 수사의 과정에 실제로 활용되었다고도 한다. 상상 속 초능력이라기보다 불특정 소수에게 주어지는 실제적 초능력, 이 때문인지 사이코메트리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적지 않고, 지금도 어디선가 부지런히 태동 중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이 소지한 본연의 힘은 처음부터 이미 완성된 초능력자를 등장시키지 않은 데 있다. 사이코메트리 가능자로 나오는 이안(박진영)은 어설프고 실수 투성이다. 기억을 본다 해도 사건을 풀기엔 미약한 장면을 주로 꺼내 놓으니 함께 수사를 하는 검사와 경찰의 입장에선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보지 않아도 될 다른 이의 기억을 읽어내 괜한 미움을 받았던 지난 날이 이안의 내면에 두려움을 먼저 심어 놓은 탓에, 주어진 힘이 얼마나 귀한지 어떻게 써야 할지, 제대로 된 훈련과정을 거치지 못한 결과다. 그렇다. 초능력도 제대로 발휘되려면 다루는 훈련이 필요할 터,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은 이안이 이러한 과정을 겪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물과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몰입력을 높인다.

이 서사가 잘 쌓아지면, 이제 우리는 이안이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어떤 어긋난 일을 벌여도 본인의 힘으로 다시 올바른 상태로 되돌려 놓을 거라고,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반드시 그러리라고 믿고 지지해주는 한 팀이 된다. 그와 성장을 함께 했기에 가능한 신뢰의 표현으로, 이의 적절한 응답까지 받으면, 그러니까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간 훈련된 자신의 능력으로 제대로 거치며 사필귀정의 결과까지 보여준다면 그는 우리의 어엿한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초인적인 힘을 초인적으로만 다루면 좋은 드라마가 성립될 수 없다. 결국 인간이 인간의 세계에 사용할 힘이고 인간의 세계에서 쌓을 서사이기에 지극한 인간적인 다룸이 필요하다.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좋은 출발이고 좋은 전개다. 이제 남은 관건은, 앞으로 밝혀질 중심 사건이 인물들의 사정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얼마나 납득할만한 것인지, 배우의 연기력이 이를얼마나 생생하게 구현시켜 줄 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