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KBS가 자사 프로그램 '1박2일' 출연자 차태현, 김준호의 내기 골프 정황을 단독 보도하며 '제 살 깎기'를 감행했다. '승리 게이트'라 불리는 버닝썬 사건이 일파만파 퍼져 가수 정준영을 거쳐 '1박2일' 존폐를 뒤흔드는 동안, 정작 본질인 버닝썬 사건에 대한 보도는 뒷전이 됐다.
16일 방송된 KBS '뉴스 9'에서는 헤드라인으로 '1박2일' 다른 출연진들이 수백만 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정황이 담긴 대화방 내용을 보도했다. 출연자 차태현, 김준호가 지난 2016년부터 수 차례, 수백만 원의 판돈이 걸린 내기 골프를 쳤으며 당시 담당 PD는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KBS는 15일 '1박2일'의 제작 중단을 발표했고, 정준영이 출연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의 '1박2일' 회차 다시 보기 서비스도 모두 중단했다. '뉴스 9'는 보도를 시작하며 "이 대화방에는 당시 담당 PD도 참여하고 있어 저희 제작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취재된 내용을 가감 없이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준영의 카톡 내용을 입수한 상황에서 타 언론이 보도하기 전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차태현, 김준호의 잘못된 일탈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2007년 첫 방송된 '1박2일'은 KBS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이자 간판 예능이었다. 차태현, 김준호 역시 원년 멤버는 아니지만 수년간 프로그램과 동고동락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차태현은 아이들과 함께 방송에 종종 출연하며 가정적인 모습까지 보여온 터다. 담당 PD의 묵인까지 있었다 하니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때문에 해당 보도가 이어진 후 사람들의 관심은 차태현, 김준호에게 쏠렸다. 이날 '뉴스 9'에서 이후 김학의 사건, 승리 추가 보도가 이어졌지만 '1박2일'의 추락이 남긴 충격파가 모든 이슈를 덮었다.
차태현, 김준호의 내기 골프는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를 조사하던 중 떨어져 나온 지엽적인 사안이다. 정준영의 '몰카 논란'과 이에 연루된 용준형, 최종훈, 이종현 역시 승리가 얽힌 클럽 버닝썬 사건을 조사하던 중 발견된 부차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매일 한 명 씩 등장하는 새로운 연예인들의 리스트에 집중할 뿐, 본질인 버닝썬 사건에 대한 환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버닝썬 사건은 새로운 한국형 마피아라 불릴 정도로 정경 유착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 사례다. 연예인이 인기를 바탕으로 경제인과 손을 잡고, 이들이 곧 권력이 돼 공권력과의 유착까지 이뤄지는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버닝썬의 VIP가 누구인지, 이들의 뒤를 봐준 인물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엽적인 사건들을 헤드라인으로 내세우는 대신 사건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 '뉴스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