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자신이 딸의 죽음을 방관했음을 알고 괴로워하는 아들에게 여자는 말한다. “손님들 계신 데, 이게 무슨 애티튜드야?” 손녀가 죽었는데도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눈, 겉보기에 품격 가득한 삶을 사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얄팍한 시선이다. 그녀로선 어떻게 쌓아온 공든 탑인데 무너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주 중요한 존재를 잃는다 해도.

‘SKY 캐슬’(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의 김주영(김서형)은 여느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못지않은 악녀다. 모든 사람에게 사정이 있듯이, 물론 그녀에게도 사정은 있다. 천재라 불릴 만큼 영민했던 딸이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고 최상의 삶은커녕 보통의 삶도 살지 못하고 있으니, ‘지옥불’에 놓인 그녀의 삶은 원망과 절망의 응어리를 안고 잔뜩 비뚤어진 채 천벌 받을 일만 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저지른 악행이 용서될 순 없다. 자녀의 삶을 자신의 훈장처럼 여기는 부모의 욕망을 이용하여 아이들의 입시코디네이터로 돈을 버는 것도 모자라, 맡은 아이들의 영혼을 휘어잡아 파멸에 이르게 한 죄의 대가는 그녀가 반드시 치러야 할 천벌이니까. 더 공포감이 서리는 대목은 그동안 몇 번이나 악행이 밝혀질 만한 위기를 맞이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김주영은 어떻게 살아남는 것일까. 단서는 주인공 한서진(본명 곽미향)의 시어머니 윤여사(정애리)의 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애티튜드’, 태도, 자세, 사고방식 등의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드라마 속에서 겉치레에 가까운 어떤 예의 혹은 위선적인 태도의 뉘앙스를 풍긴다. 솔직한 속내, 내밀한 속사정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만 치중한 이들의 욕망 어린 애티튜드가, 김주영의 동아줄이었다.

본의 아니게 동아줄을 가장 많이 건넨 장본인인 예서엄마, 한서진(염정아)을 살펴보자. 영재가 김주영에게 엄마의 죽음에 대해 따지려 찾아오자 도리어 영재의 잘못을 추궁하며, 의붓딸인 혜나를 집에 들이라 한 게 의도적이었음을 알았지만 이해하려 노력한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죄 없는 우주(찬희)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뒤집어씌우는 걸 목격할 때에도 묵인하고 감쌀 뿐이다. 왜냐하면 시어머니와 남편이 그토록 무시했던 자신의 삶을 반짝거리게 해줄 딸 예서(김혜윤)의 삶이 김주영의 손에 쥐어져 있으니까.

그러니 조금만 더 견디고 조금만 더 모른 척하면, 조금만 더 이기적이면, 그저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이전처럼 자리를 지키고 서 있기만 하면, 어차피 지나가서 잊힐 일이고 예서는 그토록 원하던 하얀 가운을 입으리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서와 자신을 우러러보겠지. 어떻게 노력해서 쌓은 탑인데, 반드시 빛을 내뿜게 하리라. 다른 이들의 눈에 비치는 예서의 고귀한 애티튜드만 생각하면 서진은 몇 번이고 진실을 은폐하며 몇 번이고 지옥의 형벌을 받을 자신이 있었다.

이 비틀린 욕망이 매순간 김주영을 감싸고 살렸다. 사실 예서엄마도 피해자다.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깔보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한 번이라도 존중받기 위해 한서진이라는 거짓된 포장지로 스스로를 감싸고, 이 포장지에 불과한 것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애티튜드’가 도대체 뭐라고, 자신은 물론이고 그렇게 이뻐 죽겠고 사랑해 마지않는다는 자신의 자식조차 올바르게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참 다행히도, 혜나의 죽음을 통해 정신을 차린 남편 강준상(정준호)이 어머니의 ‘애티튜드’부터 부수기 시작했으니 이제 예서엄마 곽미향을 묶고 있던 한서진은 끊어지고 사라질 터다. 지독한 ‘애티튜드’의 막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에게 당당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지킬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종영을 앞둔 지금, ‘SKY 캐슬’ 속 세계의 사람들에게, 더불어 현실 속 우리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