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배우 송혜교의 로맨스 감성은 유효했다. 시청률을 차치하고라도, 정통 로맨스로 승부수를 띄운 ‘남자친구’ 역시 ‘멜로퀸’으로 불리는 그의 저력을 입증한 필모그래피임은 자명하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극본 유영아·연출 박신우)’의 원톱 주인공은 사실상 사랑에 상처 받고 자신의 삶에서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외로운 여자 차수현(송혜교)일 것이다.
‘남자친구’라는 제목으로 말미암아, 외로운 현대 여성 차수현은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설정이다. 이 같은 수현의 캐릭터성은 비단 그 연령대 커리어우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 속에서 기댈 데 없이 자신의 롤(역할)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모든 사람이 차수현과도 같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임은 분명하다. 김진혁(박보검)의 경우, 그런 외로운 현대인 자화상을 위로해주는 사랑에 관한 상징이자 메마른 가슴에 파토스(전율)를 일으키는 촉매제로 기능하는 존재일 것이다.
배우 송혜교는 고독하고 메마르게 산 삶을 오롯이 견뎌온 차수현을 공허한 눈빛으로 표현해낸다. 이윽고 설레는 사랑을 만나 스스럼없이 변화해가는 과정까지 매 회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말이지 수 십 년 간 쌓아온 그의 연기 기술은 헛되지 않았다.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멜로를 주재하며 명실상부 ‘로맨스퀸’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은 연하남 박보검과의 로맨스를 절제되고 세련된 연기 톤으로 소화해낸다.
송혜교만의 부드러운 눈빛은 단순히 사랑에 빠진 ‘여자’일뿐만 아니라, 혹독한 일상 곳곳을 감내하는 성숙한 ‘어른’ 그 자체다. 이에 시청자들은 비단 멜로에 이입하지 않더라도, 외압을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꼿꼿이 지키는 차수현에게서 자신에게 내재된 강한 면모를 발견하기도 한다. 일종의 안도감이다.
20일 방송된 ‘남자친구’ 8회에서 송혜교는 이변 없이 압도적 연기력을 과시했다. 진혁의 불합리한 인사 이동 앞에서, 차수현은 김진혁이 선물해준 카메라를 든 채 진혁을 향한 자신의 깊어진 진심을 자각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커져버린 마음, 이 사랑. ‘남자친구’를 차곡차곡 가슴에 담은 시청자들이라면 송혜교의 이 같은 연기 감수성에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송혜교가 해석해낸 차수현에는 어쩌면 배우 자신의 삶이 일견 녹아났을까. 공인 차수현, 연예인 송혜교. 이들에게 공통된 맥락이 충분한 가운데, 송혜교가 완성시킬 외롭지만 굳건한 어른 차수현은 어떤 색깔로 무르익을까. 송혜교와 박보검의 사랑을 섬세하게 스케치하고 있는 ‘남자친구’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