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최고의 이혼’이 일본 원작과의 유사성과는 별개로, 이 시대의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는 위안을 증명했다. 평범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사실적인 극본, 생활 연기에 능한 배우들의 내공, 섬세한 카메라 연출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격이다.
27일 밤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극본 문정민·연출 유현기) 29, 30, 31, 32회 마지막회까지 연속방송에서는 조석무(차태현), 강휘루(배두나)와 진유영(이엘), 이장현(손석구) 부부, 임시호(위하준), 고미숙(문숙), 조구호(최정우), 백미연(남기애) 등을 둘러싼 일상사 결말이 공개됐다.
석무와 휘루는 아이 없는 부부인 만큼 세 달의 이혼 숙려기간을 거쳤다. 무심한 줄로만 알았던 석무는 휘루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휘루 역시 답답한 것 같은 남편 석무에게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재고했다. 티격태격 서로를 맞춰나가는 과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유영 역시 다른 남자를 만났던 엄마를 향한 트라우마를 홀로 치유하기 시작했다. 유영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장현은 유영을 기다렸고, 유영은 자신을 향한 단단한 확신 아래 장현과 함께 삶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남녀, 사람들이 영원한 우정이나 사랑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는 고정된 사안이 아니다. 지켜나가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 속 휘루와 석무, 유영과 장현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사랑의 지속성은 기약할 수 없는 가변적 속성을 띠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네 사람이 맞이한 해피엔딩 결말은, 동시에 하릴없이 열린 결말이기도 했다.
‘최고의 이혼’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국내판으로 출범했다. 일부 기획과 스토리라인은 엇비슷하게 흘러갔다. 원작의 부부 역시 이혼을 한 상태에서도 동거는 지속한다는 설정이며, 휘루와 석무 역시 동거를 지속해가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체크해나갔다. 유영과 장현 역시 무늬만 부부라는 설정,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이 기본 토대였다.
하지만 부부의 동거생활 자체에 집중한 원작과 달리, 한국판인 만큼 가족 문제 등 사회 상황이 다소 코믹하게 가미된 것은 흥미롭다. 그 결과 휘루와 석무의 주변 상황이 이들에게 침투하며 관계를 변모시키기도 했다.
생활 연기에 능한 차태현, 배두나는 과연 베테랑이었다. 이들은 소소한 일상 상황을 때론 코믹하고 엉뚱한 톤으로 소화해내며 오랜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이엘, 손석구 역시 사랑의 유뮤 자체를 놓고 고민하는 동거남녀라는 고난이도 설정을 무난하게 소화해낸 편이다.
원작을 사랑하는 원조팬들이 많은 만큼, 인기드라마를 각색하는 일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국내판의 흐름은 물론, 결말을 향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된 것은 이 같은 상황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국내판 역시 일드에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이 나올 법하다. 생판 모르는 남녀가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사안, 고민, 사랑의 고찰 등은 일상 디테일을 통해 섬세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원작과 별개로 국내판 드라마의 여러 장면을 바라보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좋은 드라마란 그런 것 아닐까. 생각 없이 TV를 틀어놨건만 돌연 마음이 무너지거나 행복해지는 일. ‘최고의 이혼’은 어른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일상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분명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