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유재석은 몰라도 대도서관은 알아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국민 MC를 모른다니, 다소 생소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1인 미디어 문화를 잘 아는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 크리에이터다. 소통할 수 없는 TV 속 스타와 달리 접속만 하면 볼 수 있고, 직접 대화까지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열광한다. 중요한 건 자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스타와 셀럽의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제2회 다이아 TV페스티벌‘에서 시대의 변화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열린 이 행사에는 대도서관, 벤쯔 등 200만 여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들이 출동했는데 눈길을 끄는 건 4만 여명 관객들의 연령대와 반응이었다. 성인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이 많았다. 연령대가 높은 이들은 보호자가 대부분. 자녀들의 성화에 이끌려 온 자리였다.
행사를 찾은 관객들은 1인 미디어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도통 알아보기 힘든 유튜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아이돌급 팬덤을 동원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면서 스타 권력의 이동이 본격화 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팬덤은 시간이 흘러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소비 시장의 주축이 될 것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건 TV가 아닌 유튜브고,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다. 곧 다가올 근 미래에서 엔터 시장의 꽃은 비단 연예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연예인 못지않다. 인기의 척도인 광고 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구독자 400만명을 확보한 뷰티 크리에이터 포니는 화장품 모델로 발탁돼 활약 중이다. 200만 구독자 돌파를 앞둔 이사배는 경쟁사 모델이다. 여자 연예인의 독주 체제였던 화장품 모델 영역을 크리에이터들이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장품 광고만이 아니다. 패션 광고도 넘보고 있다. 이제 연예인들의 경쟁자는 같은 연예인이 아니다. 구독자라는 든든한 무기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다.
콘텐츠의 다양성 또한 이 시장의 몸집을 키우는 동력이다. EBS가 주름 잡았던 키즈 콘텐츠도 크리에이터들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아이들은 뽀로로 못지않게 헤이지니를 좋아한다. 헤이지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그쳤던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딱풀과 색종이만 가지고 실사 캐릭터로 스타가 됐다. 그의 연간 수익은 20억원에 달한다. 제2의 뽀미 언니와 김영만 아저씨의 탄생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시대에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스타를 만든 것이다. 방송사가 포기한 콘텐츠를 헤이지니가 해냈다. 막대한 투자비 없이도 스타가 탄생한다.
이 같은 인기를 힘에 업은 크리에이터들은 TV로 진출하고 있다. 이사배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벤쯔와 대도서관 등 크리에이터를 소재로 한 예능(JTCB '랜선라이프‘)이 제작되기도 한다. 유튜브 등장에 코웃음을 쳤던 방송사들이 이제 스타 크리에이터들을 섭외하기 위해 경쟁이다. 불과 5년여 사이에 벌어진 변화다.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생기고 있다. 연예인들이 1인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본업에서 부진을 겪던 김기수는 뷰티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면서 다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강유미는 참신한 아이템을 꾸준히 올려 구독자를 늘리면서 TV에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엠블랙 출신의 지오와 에이핑크 윤보미, 배우 신세경도 1인 방송 진출을 꾀했다. 개그맨에 한정됐던 시도가 아이돌에서 배우까지 다양해지고 있는 것.
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의 역공만큼 강렬한 기세는 아니다. 신세경의 경우 채널을 오픈하자마자 유명세 덕에 27만여의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콘텐츠가 너무 평이한 탓에 폭이 크게 늘지 않는 추세다. AOA 멤버 찬미는 채널 개설 후 구독자 만명이 되야만 첫 영상을 게재한다고 공지해 논란이 됐다. 일반인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에 쉽게 들어선다는, 불공정 거래라는 지적은 1인 미디어 방송에 진출한 연예인들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본업 수명의 연장을 위해 진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름만 믿고 막연히 진출했다가 되려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연예인들이 1인 방송에 욕심을 낸다는 건 자신들의 인기 권력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조금씩 옮겨가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은 연예인들의 진출 공세에도 빠르게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사람이 곧 콘텐츠인 무궁무진한 1인 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스타 탄생은 시간 문제다. 한 명의 스타를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TV와 영화는 경쟁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지금도 5세 어린이부터 70대 노인까지 수많은 일반인들이 구독자 확보를 위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쉴새 없이 업로드 중이다. 미래의 스타는 여기서 나온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