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마지막 활동에 재 뿌리는 CJ 모르쇠 대응 [가요공감]
2018. 10.31(수) 17:55
워너원 티저 표절 논란, 뮤지컬 헤드윅
워너원 티저 표절 논란, 뮤지컬 헤드윅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그룹 워너원의 컴백 티저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CJ ENM의 '모르쇠' 대응이 팬들의 분노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11월 19일 첫 정규앨범 '파워 오브 데스티니'를 발매하고 컴백할 예정인 워너원은 지난 26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티저 영상 및 포스터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 티저 영상에 등장한 내레이션이 뮤지컬 '헤드윅'의 노래 제목과 같으며, 추후 공개된 타로카드 이미지 티저는 '헤드윅'의 대표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원작자인 존 카메론 미첼이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존 카메론 미첼은 1998년 자전적인 이야기를 녹여내 '헤드윅'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뮤지컬, 영화 버전에서 주연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케이팝 밴드 워너원이 '헤드윅' 상징 이미지를 사용했고 노래 제목 '디 오리진 오브 러브(the origin of love, 사랑의 기원)'를 사용했다. 고대 신화를 밴드와 팬들이 함께 은유로 사용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야기가 평면적이고 단순화된 것이 슬프다"는 글을 남겼다. 함께 게재한 영상에서는 "조금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는 완곡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원작자의 유감 표시 이후 논란이 커지자 워너원 음반 제작을 맡고 있는 CJ ENM 측은 매니지먼트사인 스윙엔터테인먼트의 공식입장을 빌어 "워너원 콘셉트 티저는 플라톤의 ‘향연' 중 사랑의 기원에 대한 개념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심벌의 경우에도 해당 개념을 바탕으로 워너원의 콘셉트를 담아 운명, 이진법, 무한대 요소를 사용하여 제작됐다"고 해명했다. '사랑의 기원'이 '헤드윅'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개념은 맞지만,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가치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 영역'이므로 저작권적 관점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원작자의 의견도 '존중'한다는 입장이었다.

문제가 된 '사랑의 기원'은 '헤드윅'의 원전인 플라톤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설명하는 개념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다리를 지닌 인간을 제우스가 번개를 던져 반으로 갈라놓았고, 반으로 갈라진 인간은 선천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헤드윅'은 대표곡인 '디 오리진 오브 러브'의 가사에 '향연' 속 서사를 차용해 성별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트랜스젠더 헤드윅의 고통을 노래했고, 워너원은 팬들의 선택으로 결성돼 하나가 된 운명적인 이 만남이 곧 '우리의 시작이자 사랑의 기원'이라는 서사를 쌓았다. 플라톤은 저작권이 소멸된 고전이다. CJ ENM의 주장대로 개념을 차용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문제는 '향연'과 '헤드윅'을 온전히 다른 작품으로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향연'이 수많은 예술 분야의 모티브가 된 고전임은 사실이나,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고, 영문의 번역본을 가사에 더해 '디 오리진 오브 러브'라는 노래로 풀어낸 것은 '헤드윅'의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이다. 20년 가까이 '헤드윅'의 대표 넘버 제목으로 알려졌던 이 문구를 티저의 내레이션에 삽입하고 유사한 형태의 로고를 사용한 순간 대중은 저절로 '헤드윅'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시점부터는 단순히 원전이 같은 작품이 아니라 '헤드윅'만의 고유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워너원과 팬들에게 이번 신보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룹 활동을 연장하지 않는 이상 워너원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는 마지막 앨범이다. 2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앞두고 있던 워너원의 이미지를 망치고 재를 뿌린 이번 논란에 팬들의 안타까움만 커지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CJ ENM은 논란 거리를 제공해 놓고도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쇼노트, 스윙엔터테인먼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