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자고로 납량특집이라 함은 뜨거운 여름철 오싹함을 느끼기 위해 보곤 했던 귀신 나오는 드라마다. ‘납량’ 자체가 더위를 피해 서늘한 바람을 쐬는 것이니 참 알맞은 명칭이었으나, 요즘은 그 의미도 무색해지고 있다. 코끝이 시린 가운데 몇몇 납량특집 드라마들이 방영 중에 있는 까닭이다.

과거의 대표적인 납량특집이라 하면 ‘전설의 고향’이겠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 같아 유치하다 여길 수 있겠다만 불과 몇 해 전까지 새롭게 재해석한 ‘전설의 고향’이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더랬다. 알려고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지 다 알 수 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게 중시되는 오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비이성적이고 괴상한, 사람의 머리로는 믿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에 대한 욕구가 여전한 것이다.

KBS 2TV ‘오늘의 탐정’(연출 이재훈‧강수연 극본 한지완)의 주인공 형사 이다일(최다니엘)은 드라마 내에서 코마 상태에 빠져 영혼의 형태로, 귀신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악귀 선우혜(이지아)에게 대항하기 위함인데, 유일하게 자신을 보고 접할 수 있는 정여울(박은빈)과 과거 신내림을 받은 이력이 있는 국과수 부검의 길채원(이주영) 등 자신의 존재를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니 절대 무력하지 않다.

설정이 이러하다 보니 ‘오늘의 탐정’은 기괴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선우혜에게 조종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든지, 다른 이들을 살해한다든지 일반적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러우며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동기 또한 비극적이라 이야기의 끔찍함은 배가 된다.

선우혜와 비슷한 처지의 악귀 박일도가 활약하는 OCN ‘손 the guest’(연출 김홍선 극본 권소라‧서재원), 여기엔 대대로 무속인 집안에서 태어난 영매 윤화평(김동욱)과 악귀를 쫓는 구마 사제 최윤(김재욱),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던 경찰 강길영(정은채)이 연합하여 대항 중이다. 제재가 좀 덜한 케이블이라 그런지 ‘오늘의 탐정’보다 악귀의 활약이 한층 더 악질적이고 잔인하며 최근엔 구마의식까지 등장하여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해 다수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현재의 납량특집은 과거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진화했다 할까. 단순히 공포스러운 소재를 가지고서만 승부를 보던 ‘전설의 고향’에 세밀한 인물 설정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를 더함으로써 귀신이야기에 뭘 더 바라겠냐 하던 사람들을 새삼 놀라게 만들고 있다. 그 사이 발달된 영상기법까지 한 몫 하니, 악귀가 벌이는 범죄들은 더 이상 그저 그런 CG가 아니며 가상이란 걸 알면서도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만드는 힘을 지닌 무엇이 된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으로 미루어 새 것을 안다고 했다. 특정 시기에 맞추어 나오던 납량특집은 이제 호러 혹은 공포 혹은 미스터리스릴러라는 하나의 장르로 재탄생했다. 옛 것이 가지던 소재와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귀신 이야기의 소재와 주제는 대부분 동일하다) 다양한 인물 설정과 다채로워진 이야기 전개, 영상기술의 발달 등으로 이전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인간 내면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터이니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해볼만 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KBS, O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