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 쪽은 아니라 하고 한 쪽은 맞다 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는 해명 덕에 불어난 대중의 호기심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이들의 연애가 우리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마는 분명 어떤 내막이 있어 보이는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흥미를 뿜어내는 가십거리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까닭이다.

만약 이 둘이 진짜 연인이었다거나 반대로 아니었어도 둘의 반응은 동일한 방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실제 연인이란 가정 하에 비밀로 가겠다면 같이 덮는 쪽을, 공개하겠다면 같이 인정하는 쪽을 택할 테고, 화영 측의 입장대로 그저 친한 사이라면 같이 완강히 부인했을 테다. 하지만 둘의 반응이 다르다, 이게 상당히 의미심장하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몇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연인 사이였으나 안 좋게 끝난 경우, 그러니까 한 쪽의 마음이 먼저 멈췄다거나 혹은 격렬한 미움으로 마무리되었다거나 하는 경우이거나, 단순한 썸이었는데 한 쪽의 오해가 컸다거나 혹은 친한 관계일 뿐인데 한 쪽의 오해가 컸다거나 하는 경우다. 뭐, 어떤 경우이던 지극히 사적인 관계에서 일어난 상황이라 시시비비를 가릴 것도 없고, 대중의 참견은 딱 이 정도, 호기심 어린 추측을 해보는 정도까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실질적인 피해는 여성인 데다가 유명인이기도 한 쪽에 몰린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사진을 게재하고 연인이라 주장한 엘제이도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고 있긴 하다만, 화제성을 고려해볼 때 방송인인 그에게 그다지 피해라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득이라면 이득일까.

화영도 그렇지 않냐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연예계의 여성들이 부여 받는 이미지의 한계가 크다. 특히 배우는 더더욱. 기본적인 이미지가 좋으면 아무리 바닥 인생을 사는 역할을 맡는다 해도 연기력이 좋다는 평을 얻지만, 좋지 않으면 우선 좋은 역할을 제안받기가 어렵고 나쁜 역할은 그거대로 이미지에 추가적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이미지의 실추가 이성 관계에서 온 거라면, 전복할 수 있는 웬만한 에피소드를 맞이하지 않고서야 거의 대부분의 배우 인생을 그 꼬리표를 달고 가야 한다. 연예계가 이러하단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엘제이의 대응 방식이 상당히 악질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그의 주장대로 연인사이였고 여전히 그러하다면 더욱이 이럴 수 없다. 이건 작정하고 상대방의 이미지를 무너뜨려놓겠다는 거나 다름없으며, 실제로 그에 의해 화영은 다시 한 번 대중의 가십거리가 되었으니까. 드라마를 통해 그녀의 얼굴을 보더라도 대중은 어떤 드라마인지보다 엘제이와의 일을 먼저 떠올릴 테니까. 이게 계기가 되어 가십마저 압도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가질 수 있다면야 해피엔딩이겠지만, 제 삼자의 입장에서 가능할 뿐인 해석법이다.

그리하여 사연이야 어찌 되었던 엘제이의 모든 주장들, 모든 반박과 대응은 비루하고 천박해졌다. 명분도 인정을 건넬 구석도 없다. 사적인 관계는 대중을 끌어들일 게 아니라 사적으로 조용히 알아서 해결해볼 일이다. 그의 진정성을 찾으려면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결국 단순한 가십거리로 넘겨져 좋은 마무리를 지을 일마저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도록 만들고야 말았다. 당신은 정말 화영을 좋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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