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이상민은, 이제 어느 방송국, 어느 프로그램이든 믿고 기용하는 연예인이다. 화려했던 지난날이 남긴 생채기를 그저 살아감으로 회복해가는 그의 모습이 대중에게 크나큰 공감이 되고 위로를 안기면서, 도리어 그의 존재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눈 깜짝할 사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고 사랑하는 연인은 그를 떠났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은 정신적 고통을 안길 만큼 극에 달해 있고 그에게 남은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으로 가득 차버린 삶 하나였다. 꼼수를 쓸 여력도, 일확천금을 노릴 마음의 여유도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따름.

누군가는 쉽게 포기할만한 고난의 장벽이었지만 살아 있는 한 언젠가 넘어설 날이 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했을 이상민이 걸어온 삶이 새삼 경이롭다. 쉽사리 응석을 부렸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할까. 개인이 겪는 고통의 경중은 절대 비교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거대한 스케일을 지닌 스타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였기에 잃었을 때 감당할 것도 그만큼 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게다.

익히 많은 화제가 되었던, 채권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던 장면은 여전히 놀랍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채권자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까. ‘미우새’에서 비춰지는 이상민은, 단지 새로운 인연만 만나지 못했을 뿐, 요리면 요리, 인테리어면 인테리어, 코디면 코디 등등 못 하는 게 없다. 그간 대단히 착실하게 삶을 꾸려 왔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이쯤 되면 채권자들이 이상민에게 보이는 신뢰도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그는, 현재의 삶을 공개했는데 한 달에 딱 하루 쉬는 벅찬 일정을 감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바쁘지 않냐고, 자기개발이나 운동할 시간도 없겠다고 걱정하자, 아직 공황장애 약을 먹어야 잠이 든다며 홀로 있는 것보다 일을 하며 선후배와 만남을 갖는 게 현재의 자신에게 더 좋다는 답으로 응한다.

이상민의 공황장애는 꽤나 오래된 것으로 복용하는 약에서 오는 부작용인지 기억력 감퇴를 호소 중에 있다. 엄청난 양의 빚을 갚아나가는 일은 아무리 충실하고 착실하다 해도, 단단한 마음을 가졌더라도, 역시나 쉽게 감당할 게 아니었다. 여기에 사람에게 받은 상처까지 더해져 있으니, 마음의 병을 얻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농담 식으로 나온 사업 이야기에 절대 하지 않겠다며 그저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그의 단호한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는 아직, 여전히 빚을 감당하고 있다. 화려했던 시절이 남긴 생채기를 극복해내고 있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목이 대중에게 거대한 위로가 되더라. ‘과거엔 힘들었어도 지금은 돈 잘 버니까’로 끝나지 않고 극복하고 회생하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는 것, 그 과정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 어쩌면 유사할 수도 있는(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상황들을 맞닥뜨리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그처럼 혹은 그와 함께 힘을 내보잔 마음을 먹게 하여, 그러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극복하고 회생하는 시점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게 하는 까닭이다. 채권자들에 이어 대중의 마음까지 얻은 이상민의 비결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