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환골탈태한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초연의 단점을 보완하며 한층 매끄러운 전개를 선보였다.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지만, 그럼에도 주크박스 뮤지컬의 태생적인 한계는 여전해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광화문 연가'(연출 이지나)는 임종을 앞둔 주인공 명우가 삶의 마지막 1분에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다룬 극이다. 명우가 기억 여행의 안내자 월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기억 속 빈집에 남아있는 첫사랑, 수아의 흔적을 찾아 과거로 떠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故 이영훈 작곡가의 28개 명곡 위에 실었다.

이번 '광화문 연가'는 지난 2011년 초연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고선웅 작가가 합류해 새로운 이야기를 썼고, 초연을 제작했던 이지나 연출이 다시 참여해 영상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무대를 구현했다. 또한 서울시뮤지컬단이 CJ E&M과 최초로 합작을 시도했다.

예전의 '광화문 연가'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을 주제로 한 신파였다면, 이번 '광화문 연가'는 기억 속 남은 아련한 첫사랑과 인생의 마지막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라'는 주제의식을 전한다.

이를 위해 고선웅 작가는 명우가 마지막 1분 동안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 설정과 198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을 남겨두고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어냈다. 이 시간적 배경은 809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과 어우러져 진한 향수를 자아낸다. 여기에 198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기형도의 '빈집'을 수미상관 구조로 대사에 녹여내 주제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기억 속 시간 여행의 조력자 월하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 시공간의 흐름을 뒤틀었고, 극 후반부에 반전을 더해 의외의 결말로 향하는 등 여러 변화가 눈에 띄었다. 특히 명우와 수아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거대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 전체를 떠받치는 캐릭터, 월하의 등장은 존재만으로도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이같은 노력으로 초연보다는 훨씬 매끄러워진 스토리가 탄생했지만, 반면에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기존 가요를 엮어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일반적인 뮤지컬처럼 스토리와 인물의 대사에 맞춰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는 대신 원곡을 그대로 사용한다. 때문에 관객들에게 익숙함을 자아낸다는 장점과 스토리에 맞춰 노래를 배열해야 한다는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것.

'광화문 연가' 역시 애써 끼워 넣은 듯한 노래들이 등장해 극의 흐름을 깨는 경우가 잦았다. 故 이영훈 작곡가가 남긴 많은 명곡들을 최대한 담으려다 보니 노래 한 곡을 잘게 쪼개 삽입하는 방식으로 산만한 전개를 이어간 것. 또한 잔잔한 발라드를 바탕으로 명우와 인물들의 서사가 쌓이는 와중에 갑자기 월하와 앙상블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부자연스러운 전개가 이어지며 인물들이 쌓아 올린 감정선을 깨고 관객의 집중도 깨버리는 역효과가 났다.

특히 월하의 활약은 양날의 검 같았다. 시간 여행의 안내자이자 스스로를 3500살의 '신'이라 소개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월하는 명우의 기억 속 시공간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때로는 사람들의 인연을 이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며 이야기의 윤활유 작용을 한다. 성별도 정해지지 않은 신적인 인물인 터라 정성화와 차지연이 더블 캐스팅돼 성별이 뒤바뀌는 멀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작진은 월하를 연기한 배우의 능력치에 많은 부분을 기댔다. 특히 차지연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을 통해 뽐낸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그녀의 웃음소리' '붉은 노을' 등 명곡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열창하는가 하면, 객석을 쥐락펴락하는 연기력과 능수능란한 애드리브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하지만 과거를 자유자재로 오간다는 설정 때문에 이야기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월하가 등장하고, 캐릭터가 '원맨쇼'를 펼치며 소모될 때마다 배우의 능력치와는 관계없이 이야기의 흐름이 끊겼다. 종국에는 오히려 월하가 활약할수록 주된 줄거리인 주인공인 명우와 수아의 사랑 이야기가 빛을 잃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명곡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자아낸 여운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