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BC ‘나 혼자 산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플랫폼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비혼 혹은 미혼, 돌싱 남자로 대표되는 현세대와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 즉, 기성세대의 마음이 들어가 있단 것. 하지만 이마저도 세대를 굳이 나누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라는 타이틀에 구색을 맞춘 것에 지나지 않을까 싶을 만큼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보는 흥미’를 돋우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이미 입증된 플랫폼에 약간 다른 색을 입힌 정도랄까. 그럼에도 시청률 20%를 넘겼다. 심지어 동시간대 방영되는 여타의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내려가고 있는 추세인데 홀로 상승 중이다. 도대체 어떤 요소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플랫폼에 의해 계산된 것 너머의 성과를 내게 했을까.

‘이상민’이란 캐릭터에 집약되어 나타나는, 출연자 개인의 진정성이다. 그로부터 비롯되는 동질감과 위로다. 남부러울 것 없이 화려한 한 시절을 보내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시작된 불운으로 수십억에 육박하는 빚을 안고 몰락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재기 불능 상태가 되어 절망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꾸준히 활동하며, 그 흔한 파산 신청도 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빚을 갚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성실한 빚 갚음은 채권자마저 감동시킬 정도다.

놀라운 건 시청자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 물론 단순히 성실하게 빚을 갚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최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며 상상치 못할 삶의 무게를 견뎌왔고 견디고 있음에도 잃지 않은, 이상민 특유의 유쾌함이 감동을 넘어서 어떤 위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흔히 나의 것보다 더 불행한 삶(겉보기에)과 맞닥뜨렸을 때 안도함을 얻는다 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나보다 더 힘든 삶이 있구나 하는 마음에. 하지만 그 이상의 것, 즉, 격려와 위안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삶의 주인이 펼쳐진 상황의 혹독함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어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을 목도할 때다. 그나마 덜 혹독한 혹은 비슷한 혹독한 삶을 지고 가는 우리라고 못 이겨내겠나, 못 견뎌내겠나 싶은 것이다.

우리가 이상민에게서 획득하는 진정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누군가의 시각과 재단이 들어간 후 브라운관을 타고 흘러나오는 방송이란, 아무리 리얼리티예능이라도 ‘진정성’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대중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느끼는 진정성은 ‘어느 정도’ 속아 넘어가 주는 것으로 순도 100%는 아니다.

하지만 이 ‘어느 정도’는 ‘카메라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의식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럼에도 간혹 카메라를 뚫고 나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설득하는 진심이 있다. 카메라가 감히 굴절시키지 못하는 출연자의 진짜 삶, ‘리얼리티’다. 이것만큼은 순도 100%여서 대중 또한 그동안과 달리 작은 왜곡도 제거한 맑은 시선으로 맞닥뜨려 주는 데, 바로 ‘진정성’이 완성되는 순간이리라.

출연자의 진정성, 사실상 이것만 확보되면 승부는 난 것이다. ‘나 혼자 산다’만 살펴보아도 시청률이 상승한 부분마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낸 ‘김광규’나 생계형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준 ‘강남’ 등이 있었다. 어차피 플랫폼이란 아무리 새롭고 참신해도 웬만해선 거기서 거기이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곧 식상해지는 법이니까.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에 나오는 문구다. 우리가 ‘미우새’를 통해 이상민의 삶에서 읽어낸 격려가, 이상민의 삶이 우리에게 건네고픈 마음이 딱 이와 같지 않나 싶더라. 이거면 되었지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예능프로그램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시청률을 높이고 싶다면, 새롭고 참신한 플랫폼도 좋지만 진정성 어린 콘텐츠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아닐 수 없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