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립탐정과 현직 경찰, 프로파일러, 흔히 촉이라고도 일컫는 ‘직감’과 ‘추리’,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했던 KBS 2TV ‘추리의 여왕’(연출 김진우·유영은, 극본 이성민)은 영국드라마 ‘셜록’을 모티브로 한 작품 중 그나마 잘 만들어진 것에 속한다. 비록 시리즈를 너무 염두에 둔 건지 결말답지 않은 마무리를 선보여 일부 애청자들을 분노케 하긴 했지만.

다른 것보다 캐릭터가 보여준 가능성에 박수를 보낸다. 형사 하완승(권상우), 높은 실적에도 라인 탈 줄 모르는 투박한 성격 탓에 매번 승진에서 미끄러지지만 알고 보면 국내 최대 로펌 설립자의 막내아들이다. 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했던 전형적인 설정이나 독특한 캐릭터인 유설옥(최강희)과 짝을 이룬 덕에,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호흡 덕에, 다행히 혹여 찾아왔을지 모를 구태의연함이 상당 부분 상쇄되었다.

이름에서부터 셜록의 영향력이 풍겨 나오는 유설옥, 겉보기엔 평범한 유부녀이지만 남다른 추리력으로 홍소장(이원근)과 함께 동네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을 해결하다 하완승과 얽히는 인물이다. 그녀가 추리에 능하게 된 것엔 사연이 있다. 어렸을 적 살인자란 누명을 쓴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경찰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른 결혼 탓에 아직 이루지 못한 상태이나 수준 이상의 추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설옥을 특색 있게 만드는 요소는 따로 있다. 유부녀, 아줌마라는 설정이다. 이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미스 마플을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자칫 보는 이들의 시선이 사건의 내막을 추리해나가기보다 추리하는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에 치우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낮춘다.

우리가 보통의 아줌마, 즉, 기혼 여성들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은(일종의 편견일 수 있으며 예외는 충분히 많다), 미혼 여성보다 오지랖이 넓으며 용기 있고 이성에 대한 경계심이 적으며 돌봄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만약 설옥이 미혼이었다면 그녀가 완승과 함께 밤을 샌다거나(설사 일련의 수사 활동이라 할지라도), 완승의 상처를 치료해준다거나 하는 장면 등에서, 우린 자연스레 묘한 감정을 떠올렸을 테다.

묘함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어찌 되었든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이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통제와 설득이 가능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설옥이 기혼이라는 점, 설옥 자체가 감정은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 생각하는 인물 즉, 감성보다 이성이 발달한 유형으로 완승과 함께 있을 때에도 여자라기보다 동료나 친구로서의 느낌을 더 준다는 점. 무엇보다 최강희가 이 부분을 상당히 잘 표현해주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사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설옥과 완승이 보이는 캐미는, 재미와 흥미를 더하기 위해 살포시 얹어질 뿐이다. 남녀주인공의 감정선을 중시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항상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추리의 여왕’이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난 제대로 구축해놓은 것이다. 솔직히 중심인물과 그들의 관계만 탄탄하게 그려져도 이야기는 거의 완성된 거나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그들이 알아서 헤쳐 나가며 이야기를 만들어갈 테니까.

시리즈화를 염두에 둔 추리드라마로선 무난한 출발이다. 벌려놓은 상태로 끝나 버려, 아무리 다음의 시즌으로 이어진다 해도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느낌을 주지 못한 결말이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설옥과 완승, 홍소장(이젠 경찰이지만), 우경감(박병은) 등 완성도 높은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만으로 만족하고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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