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영화 ‘에이리언 : 커버넌트’(이하 ‘커버넌트’)는 전 작품 ‘에이리언 : 프로메테우스’(이하 ‘프로메테우스’)와 이어지며 인간의 근원적 질문, 창조와 종말, 종말과 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때문일까. ‘커버넌트’는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미래의 이야기를 그려낸 공상 과학 장르임에도 작품 곳곳에 고전 및 신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우선 대표적인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다.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겪는 모험 이야기로, 그 중 ‘커버넌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바다의 요정 세이렌의 거처를 지나가는 장면이다.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 목숨을 잃게 만드는 세이렌의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몸을 돛대에 묶고 그의 일행은 밀랍으로 귀를 막는다.

하지만 ‘커버넌트’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가던 중 미지의 행성으로부터 익숙한 노래(‘Take me home, Country roads’, ‘시골길이여, 나를 고향으로 데려다 주오’)가 섞인 신호가 감지된다. 인간의 언어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이다. 확인해보니 환경도 지구와 비슷하다. 커버넌트 호의 선장 ‘크리스토퍼’(빌리 크루덥)는 ‘대니얼스’(캐서린 워터스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행성을 향해 방향을 튼다.

귀를 막기는커녕 노랫소리에 제대로 반응한 커버넌트 호가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했다.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태어나고 성장하는 괴생명체 에이리언과 속내를 알 수 없는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과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평정심을 잃은 리더가 섣부른 판단을 내릴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아주 제대로 알려주었다 할까.

앞선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따르면, 커버넌트 호의 선원들이 겁도 없이 발을 내디딘 이 행성은 인간을 창조한 외계 종족으로 추정되는 존재, ‘엔지니어’들이 살던 곳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인간을 멸종시키기 위해 생체바이러스(검은 물질)를 개발한 이들의 종족은,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빗이 살포함으로써 자신의 만든 바로 그 무기에 의해 순식간에 종말을 맞이한다. 무려 인간의 창조자가 인간의 피조물인 데이빗에게 몰락당한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 중에 유명한 작품이 하나 있다.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그린 ‘검은 그림’ 연작 중의 하나로, 아들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사투르누스(고대 로마의 농경신, 그리스식 이름으로는 크로노스)가 자신의 아들을 잡아먹는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크로노스(사투르누스)는 그의 끔찍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아들 제우스에 의해 결국 제거된다.

엔지니어와 인간, 데이빗(AI), 에이리언의 관계가 이와 유사하다. 인간을 창조한 엔지니어의 운명은 언급했고 인간 또한 데이빗을 창조한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위치를 넘보는 데이빗을 불편해하고 두려워한다. 데이빗 이후의 AI들, 예를 들어 ‘커버넌트’의 ‘월터’(마이클 패스벤더) 등이 능력은 데이빗보다 뛰어나나 열등감이나 우월감과 같은 일부 감정들이 제외된 상태로 만들어진 이유다. 비록 인간들도 머지않아 데이빗에 의해 에이리언의 숙주로 종말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제거한다, 크로노스가 아들 중 하나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예언에 두려워하고 결국 제우스가 그를 성취했단 신화 속 이야기는 흔히 인간의 지성 혹은 사고, 문명의 발달 양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 것은 완전히 새 것이 아니라 이전 것에서 비롯되며, 새 것은 이전 것을 뒤엎어야만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엔지니어가 남긴 검은 물질과 인간의 몸이 있어야 탄생할 수 있는 에이리언의 존재 자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엔지니어에서 인간, AI, 에이리언까지 이어지는 관계에서 각자가 드러내는 두려움과 공포, 그로부터의 폭력성은 인간의 속성과 연결된 상당히 뿌리 깊은 감정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배를 가르고 튀어나오는 에이리언의 모습에 관객들 즉, 우리가 극도의 전율을 느끼며 작품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