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곽현수 기자] 만나면 헤어지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MBC '황금어장 - 무릎팍 도사'의 끝은 그 화려했던 전성기에 비하면 황당하고 초라한 마지막이었다.
22일 밤 방송된 김자옥 편을 끝으로 2007년부터 시작된 '무릎팍 도사'가 완전히 폐지됐다. KBS2 '해피 선데이-1박 2일'과 함께 강호동 하면 떠오르던 상징적인 프로그램 하나가 이토록 허무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가 한국 예능에 남긴 족적은 무시하기 힘들다. 또한 '황금어장'의 단발성 코너에서 독립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강호동의 저력도 당연히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무릎팍 도사'는 우리나라 예능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그리고 그토록 사랑받았던 이 토크쇼는 왜 재연 프로그램에게 자리를 내줘야만 했던 것일까.
◆한국형 캐릭터성 토크쇼를 만들다
'무릎팍 도사'는 그동안 국내 토크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캐릭터들을 도입한 프로그램이었다. 마치 용한 무당집 같은 세트에 연지를 찍은 진행자, 응원단장복을 입고 끝없이 게스트의 속을 긁는 건방진 도사 유세윤 등 이 프로그램은 듣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도 가득했다.
이처럼 '무릎팍 도사'가 보여준 명확한 캐릭터적인 요소는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 명확한 역할분담의 기능을 했고 때로는 게스트가 강호동과 편을 짜기도 하고 건방진 도사와 의기투합 하는 등 1시간 30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역학관계를 보여주며 진짜 속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강호동의 컴백 후 다시 출범한 '무릎팍 도사' 2기는 캐릭터만 찾으려다가 수렁에 빠졌다. 강력한 캐릭터 요소가 1기의 성공을 이끌었던 것을 알기에 제작진은 광희, 우승민, 이수근, 장동혁 등 다양한 인물들을 투입했으나 끝내 그 어느 캐릭터도 자리 잡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소파와 테이블이 없었던 토크쇼
'무릎팍 도사' 이전 단독 게스트들을 섭외한 토크쇼에는 항상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편안한 자리에서 차분히 그동안 숨겨놨던 이야기를 꺼내보라는 일종의 배려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에는 소파가 없었다. 오히려 안방의 시청자들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MC진과 게스트의 거리는 짧았다. 특히 강호동은 갑자기 게스트의 영역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그 거리를 더욱 좁혔다.
이같은 시도는 게스트들에게 민감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했다. 강호동의 집요한 공격, 또한 유세윤의 절묘한 어시스트 그리고 가장 가까웠던 MC와 게스트들의 거리는 그동안 다른 토크쇼에서 들을 수 없었던 스타들의 처절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줬고 이런 결과들은 '무릎팍 도사'의 훌륭한 자산으로 작용했다.
◆토크쇼의 기본, 고개가 끄덕여지는 섭외의 힘
'무릎팍 도사'가 일개 코너에서 국내 대표 토크쇼로 전성기를 누렸던 이유 중의 하나는 놀라웠던 섭외력에 있다.
그동안 국내 토크쇼가 아이돌이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배우들을 섭외하는 것에 만족해 왔다면 '무릎팍 도사'는 산악인 엄홍길, 발레리나 강수진, 소설가 이외수 등과 같은 저명인사들을 스튜디오로 불러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시골의사 박경철,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안철수 전 교수 등 한창 청년들의 멘토로 활동했던 이들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불러 앉힌 것은 '무릎팍 도사'가 '당장 다음주에 누구를 앉혀야 하나'라는 조급합으로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 2기의 섭외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정우성을 2기의 첫 게스트로 불러 이지아 이야기만 꺼내기 바빴던 이들은 워쇼스키 형제,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과 같은 외국인 게스트를 소개해 각각 배두나와 차승원에게 조명을 맞추며 스스로 논란의 불구덩이에 뛰어 들었다.
이후 '무릎팍 도사' 2기의 원칙 없는 섭외로 당연히 시청률은 떨어졌다. 메시지를 주거나 궁금증을 풀어줬던 1기와는 달리 '왜 저 사람을 섭외했지'라고 의문을 품게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무릎팍 도사'는 분명 이후 생겨난 토크쇼들의 지침이 됐다. 들어주는 자세와 게스트들에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편안한 분위기 등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그토록 게스트들에게 '영원하라'를 외치며 고민을 해결해 주던 '무릎팍 도사'는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처럼 자신의 발등의 불도 제대로 끄지 못한 채 예능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곽현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MBC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