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서승미 기자] 배우 임창정(38)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줬다. "무조건 하고 싶었다", "감독의 마음이 바뀔까봐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렸다"고 말하는 임창정의 눈빛에는 이번 작품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임창정의 겁 없는 연기투혼을 끌어냈고, 마침내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당당해질 수 있었다.
"안 올 것 같았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까 정말 설레요. 임창정인데 한 번은 웃기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한 범죄스릴러다. 영화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을 만난 임창정을 두고 사람들은 코믹 전문 배우의 연기변신이라고들 말한다. 그 동안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이미지가 강했던 임창정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이 때문일까. '공모자들'은 임창정의 첫 범죄 스릴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중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영화가 개봉도 안했는데 기대를 가져 주시니 저로서는 고맙죠. 물론 영화를 보고 나서 기대이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연기에 있어서나 배우 임창정의 눈빛에 관해서 기대만큼 만족할 거라 자부해요."
'공모자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 조직적으로 매매하는 기업형 범죄 집단의 충격적 진실을 담았다. 극중 임창정은 장기밀매조직의 총 책임자 영규 역을 맡았다. 한 마디로 사건의 중심이 되는 범인 역할이다.
소재만 봐도 섬뜩해지는 이번 영화에서 임창정은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며 카리스마의 힘을 더했다. 사투리 연기는 어느 연기자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임창정 역시 사투리 연기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자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했다.
"김홍선 감독이 사투리를 선택하라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 상에는 사투리를 쓰는 걸로 설정되어 있지만 사투리 연기가 어색하면 흐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말이었죠. 감독의 말을 듣고 그 길로 부산에 가서 한 달 반정도 살았어요"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는 임창정의 표정만 봐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산 사람들의 정서를 내뱉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어려웠죠. 사람들의 정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사람들의 느낌을 많이 연구했어요. 그런데 한 달 반 배워서는 안되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고 컷을 하고 나면 '사투리 연기 괜찮았어요?'라는 감독의 말이 늘 따라나왔어요. 촬영장에는 부산 사람들이 와 있었고 저는 검증을 받아야 했죠. 여러가지가 다 맞아야 OK를 하니까 매번 다시 했어요. 김홍선 감독에게는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었거든요.(웃음)"
김홍선 감독을 말하는 임창정의 눈빛에는 미움과 고마움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감독이 밉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잖아요? 이제 이런 역할의 시나리오를 다른 감독님들도 믿고 맡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기회를 처음으로 준 김감독은 저에게 큰 은인이에요."
임창정은 '공모자들'의 제작발표회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완벽주의 김홍선 감독에 대해 '악마'라는 표현까지 쓰며 힘들었던 고생담을 털어놨다. 최다니엘, 오달수와 만나기만 하면 김감독을 욕하기 바빴단다. 특히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안전 장치도 없이 본네트에 매달리는 액션신을 촬영했다는 말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임창정이 끝까지 못하겠다고 했다면 감독도 어쩔 수 없이 스턴트맨을 선택했겠지만, 임창정의 오기도 만만치 않았다. 김감독의 열정은 오히려 임창정의 연기투혼을 자극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해요. 갈비뼈도 처음 부러져 봐서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말이 안되지 않아요?"
이날 역시 임창정은 김홍선 감독에 대해 "정신병자"라며 장난기 가득한 말들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가 연기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던 것은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가 연기자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첫 촬영이 들어갈 때부터 김감독이 '나는 임창정이 나오는 거 싫으니까 철저하게 내 연필이 돼달라'라고 말했어요.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니까 촬영내내 힘들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건 김감독이 잘하는 분야이니까 당연했어요. 이 캐릭터를 장르에 맞게 탄생을 시킨 사람이고, 그가 그리는 그림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해줘야 임창정이 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방법론에 있어서 또 하나를 배운 거죠."
임창정에게 영화 '공모자들'의 의미를 묻자 망설임 없이 "내 인생의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역할을 임창정에게 누가 주겠어요? 전 정말 고마워요. 이런 영화에, 이런 역할로 나를 캐스팅해준 감독님한테 고맙고,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준 투자사, 배급사에게 정말 감사해요."
'공모자들'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모든 걸 보여줬다는 임창정은 흥행에 목말라 있다. "배우라면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런데 잘 될 것 같아요. 영화 '색즉시공'을 찍고 나서 이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조금만 기다려라. 개봉한다'(웃음) 이게 어떤 느낌인 지 저도 몰라요. 그냥 영화를 찍고 나서 '좋다' 이거에요. 흥행스코어를 생각해 본적도 없고 말한 적도 없는데 잘 될 것 같아요. 하하하"
[티브이데일리 서승미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방지영 기자]